독일의 환경보호와 환경산업
노영돈_중앙대 유럽문화학부 독어독문학과 교수
독일 혹은 독일인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아마 그들의 높은 환경 의식과 환경보호를 위한 적극적 행동 방식일 것이다. 독일인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시대별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환경정책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서 독일이 어떻게 환경보호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독일은 전후 복구와 경제개발에 몰두하느라 환경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고, 따라서 환경정책은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라인강의 기적으로 각 도시 주변의 숲이 황폐화하고 강물은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되어 독일인의 삶에 위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결국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인간의 건강과 인간적인 삶에 필요한 환경을 인간에게 확보해 주고, 인간의 개입으로 인한 불리한 결과들로부터 땅, 공기, 물, 동식물을 보호하며, 인간의 개입으로 인한 훼손과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를 취하는 환경보호 대책을 발표하게 된다. 이 환경대책에는 환경훼손의 원인 제공자가 원상복구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원인 제공자 부담의 원칙, 예방의 원칙, 공동 협력의 원칙을 비롯하여 대기 정화 및 수질 보호를 위해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폐수 등 공해물질 배출 기준을 해마다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독일 환경운동과 관련하여 녹색당의 활약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운동, 평화운동, 여성운동 운동가들로 구성된 독일 녹색당은 환경운동에서 출발하여 1983년 선거에서 5.6%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며 연방의회에 진출하게 된다. 1987년에는 8% 이상을 획득하였으나, 1990년 선거에서는 5%를 넘지 못하고 연합90과 통일한다. 녹색당은 약 15년에 걸친 짧은 역사 가운데서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여성, 평화 정책 등으로 독일 사회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녹색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기존 정당들로 하여금 환경문제에 대해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쥐고 환경정책을 진지하게 펴도록 하였고, 환경운동을 무시하던 기업인들도 서서히 환경친화적인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독일 사회에서 환경문제는 이제 녹색당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게 되었고, 녹색당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갔다. 독일이 푸르러져 갈수록 녹색당은 그 빛을 잃게 된 것이다.
구서독의 이런 노력과 달리 구동독 지역의 대기, 수질, 토양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구동독은 1급 환경 범죄자였다. 구동독 경제는 화학공업을 주축으로 하는 산업시설이 남부 작센주와 작센안할트 두 지방에 집중되었고, 농업은 북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폼머른 지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라이프치히 인근의 화학공장 지대에서 뿜어내는 공해로 한낮에도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켜야 할 정도로 대기오염은 심각했다. 게다가 70년대 말부터 에너지 공급이 어려워지자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갈탄 생산량을 늘렸다. 이 역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등 환경파괴의 핵심 오염원이었으며 주민들의 건강마저 위협했다. 통일과 더불어 독일 정부는 구동독 산업체들의 조업을 중단시키고, 연평균 30억 마르크 이상을 동독 지역 환경 복구에 쏟아부었다. 폐광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생태계 복원 방안을 마련하고 과거 동독이 군사정책에 사용했던 연구소들을 환경정책 연구소로 활용하였다.

독일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업들이 환경운동에 적극 동참한다는 것이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환경보호 시설이나 친환경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적극적인 활동과 그에 따른 정치인이나 소비자들의 압력이 기업가들로 하여금 환경친화적 생산과 경영에 관심을 두게 하였고, 또한 기업들은 이를 통해 환경 기술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다. 이것이 독일의 환경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독일의 까다로운 환경보호 기준이 환경기술과 환경산업을 발전시킨 것이다. 독일의 환경산업은 만 개 이상의 환경 관련 산업체와 150만 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하며 국가 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독일의 환경산업은 그야말로 환경과 경제를 모두 잡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오랜 시간 축적된 독일의 환경기술과 시설은 세계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부 및 동부 유럽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독일의 친환경 물류시스템 역시 환경보호와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에 큰 몫을 한다. 물류 산업은 현대 사회에서 핵심적인 산업 분야로서 각 국가의 경제 발전과 더불어 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류 활동은 대량의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환경 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7%가 물류 산업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한 e커머스 시장의 영향으로 물류 시장 전반에 탄소 배출 저감의 필요성이 커졌다.
독일은 친환경 물류 시스템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의 물류 시스템은 효율적인 운송 경로 선택, 친환경적 운송 수단의 도입, 그리고 물류 운송 및 포장 시 재활용 및 재활용 가능 제품의 적극적인 활용 등 환경친화적인 특성과 독일만의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에도 모범적인 선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독일 철도회사 Deutsche Bahn(DB) 및 그 하위 물류 부문 DB Schenker는 친환경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물류 기업들은 기존의 화물 운송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전기 및 수소 전기 트럭, 전기 기차 및 수소 열차와 같은 친환경 교통수단을 도입하여 배출 가스를 줄이고, 또한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물류 및 운송 과정을 최적화함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 주행 기술 등을 활용하여 물류 작업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친환경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독일은 친환경 물류 시스템을 통해서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어떻게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환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환경기술의 적극적 개발과 활용 없이는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