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마음이 통하는 다리

송청화_중국어 봉사자 인터뷰

“통역 앱이 아무리 좋아진다 해도, 사람을 통해 마음이 전해지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에요. 저는 그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이 봉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그녀는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혼자였다. 다문화센터도,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기관도 없던 시절이었다. 스마트폰은커녕 폴더폰이 전부였던 그때의 막막함은 훗날 통역 봉사를 시작하게 된 밑거름이 되었다. 봉사의 계기는 남편이 우연히 신문에서 bbb 통역 봉사자 모집 공고를 발견하면서였다. 처음에는 “나는 못 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남편의 격려에 용기를 내어 지원했고, 그렇게 시작된 봉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그녀는 제주도의 한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떠올렸다. 여행 첫날, 예닐곱 살쯤 된 여자아이가 이마를 크게 다쳐 병원을 찾은 중국인 가족이었다. 흉터가 남기 쉬운 부위인 데다 여행 첫날의 사고였기에 어머니의 불안은 극에 달해 있었다. 의사는 빠른 처치를 권했고, 어머니는 흉터가 남을까 봐 시술 방법을 거듭 물었다. 그녀는 의료진의 말을 정확히 전달하는 동시에, 어머니의 마음을 먼저 다독였다. 봉합 처치가 끝난 뒤 어머니는 “말이 통하지 않아 막막했는데, 이런 통역 봉사 서비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번역 앱이나 검색 서비스가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 1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녀에게 bbb가 무엇인지 묻자, 잠시 생각한 뒤 “서로 다른 언어를 잇는 다리요.”라고 답했다. 이민자로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 서비스를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자신이 그 다리가 되어 누군가의 막막함을 덜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여전히 큰 보람이자 기쁨이다.

※ 송청화 봉사자는 2008년 봉사를 시작해 2013년과 2015년 언어별 우수상, 2019년 활동 장려상, 2023년과 2025년 동상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중국어 통역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