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인사 문화
박덕준_가톨릭대 중국언어문화학과 명예교수
중국은 대지가 넓고 인구가 14억으로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사회에서는 그들 나름의 생존법이 있고 나름의 인사 문화가 있다. 물론 인구밀도가 높은 썬전이나 상하이 등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날마다 줄을 서서 지하철, 버스를 타고 또 인파를 헤쳐 나가며 직장을 향한다. 그런 사람의 홍수 속에서 부딪치고 가끔은 말다툼도 생기는 법이지만, 대부분 중국인은 조상의 지혜를 터득하며 살아 나간다. 예를 들면 중국인들은 논어의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치게 된다(小不忍则乱大谋)’라는 경구(警句)를 가슴에 새기고 지금도 사회생활에서 인생의 좌우명처럼 여긴다.
* 썬전의 인구밀도가 7,173명/km2, 상하이의 인구밀도가 3,926명/km2으로 중국에서 가장 높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국내 전쟁과 외래 침략이 일어나고 백성들이 전쟁 때문에 피폐해지고 못사는 시대가 많았다. 그런 시절에 백성들은 일단 살아남으려고 굉장히 애쓴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먹고 살기 어려워서 잘 사는 높은 사람 외에 서로 인사에 신경을 쓸 여유가 별로 없고, 설사 인사하더라도 실생활 관련 투박한 말로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근대, 현대에 와서도 이런 역사의 영향이 인사문화에도 다분히 존재한다.
예로 필자가 상해 모 대학 방문학자로 갔을 때 가족들과 함께 외국인 교수 초대소에 머물렀다. 아이들은 날마다 대학 부속 초등학교로 등하교하는데 출입할 때마다 경비원에게 인사를 했지만, 그 경비원은 답례를 안 했다. 한두 달쯤 되었을 때 어느 날 그 경비원이 우리 아이가 인사할 때 답례했다. 아이들이 방에 달려와 경비아저씨가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고 말해준 기억이 난다. 후에 알았지만, 초대소 직원 한 명이 경비원이 하도 우리 아이에게 답례를 안 하자 이를 지적했던 것이었다. 이를 통해 중국 남방 사람이 얼마나 인사에 익숙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은 주변 사람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자신의 인사법을 정한다. 다음은 중국인의 인사 문화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첫째, 가장 친한 찐친(自己人, 熟人)에게 인사하는 경우다. 찐친의 경우에는 내외 구분 없이 격식 없이 대하고 속 얘기도 곧잘 한다. 이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품지 않고 자유롭게 인사한다. 인사도 상대 이름을 부르며 ‘잘 지냈어?(过得怎么样?)’, ‘살아있네(还活着?)’, ‘괜찮아?(没事吧)’, ‘장사 잘 되지(生意还好吧)’ 등 가볍게 인사하고, 결코 낯선 사람에게 쓰는 인사말인 ‘안녕하세요(你好!)’를 쓰지 않는다. 만약 쓰면 상대가 곧바로 ‘우리가 남이냐?(你怎么这么见外?)’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 직장 한 부서의 직원(同事)끼리도 찐친이 될 수 있다. 이 경우는 직장 다른 부서에 대해 자신이 속한 부서 중심으로 결속 심리가 작동된다. 중국인은 이처럼 찐친과 일반 지인을 철저히 구분하여 인사한다.
둘째, 일반 지인이나 친구(朋友)에게 인사하는 경우다. 보통 친구는 일반적인 유대 관계상 필요하기 때문에 만나는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은 필요에 따라 서로 상부상조도 하는 관계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다. 따라서 심하지는 않지만, 마음속 경계심을 갖고 있다. 인사할 때는 나이 등 우선순위에 상관없이 먼저 인사해도 된다. 상대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경우가 많다. 예로, ‘왕청, 왔어?(王成, 来了?)’, ‘민민, 잘 다니지?(敏敏, 过得不错吧.)’, ‘링링, 도와줄 일이 있는데(玲玲, 有件事帮个忙.)’, ‘황 선생님, 안녕하세요.(黄老师好!)’처럼 인사한다. 만약 사회적 자원을 많이 가진 친구라면 적게 가진 친구보다 어딘가 모르게 거드름을 피울 때가 있다. 사회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있듯이 인간관계에서도 역학관계가 발생한다. 사회적 자원을 적게 가진 친구가 많이 가진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아쉬운 소리를 할 때 더 공손하게 인사한다. 인사법도 그 역학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단 중국인은 악수 등의 스킨십을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셋째, 낯선 사람(외부인, 外人)에게 인사하는 경우다. 대개 초면인 경우에는 서로 예의를 갖추고 인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초면인 사람에게 중국인은 친하기 전까지는 확실히 경계심을 갖고 대한다. 인사의 우선순위에 있어 먼저 인사하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인사말로는 격식을 갖추고 ‘안녕하세요. 조세호라고 합니다.(你好! 我叫赵世浩.)’처럼 한다. 아침 인사로 ‘안녕.(早!)’, ‘왕 사부님, 안녕하세요.(王师傅早!)’처럼 한다. 또는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모 무역회사를 다닙니다.(见到你很高兴, 我在某贸易公司工作.)’, ‘난 IT회사를 다닙니다(我在IT公司工作.)’ 인사성이 밝고 호감을 많이 주는 사람이라면 단시간에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넷째, 상사(上级領導)나 간부(幹部) 등 윗사람에게 인사하는 경우다. 보통 상사가 부하를 치할 때 먼저 인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일반인(非黨員인 群衆)인 아랫사람이 상사나 간부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 ‘서기님, 안녕하세요.(书记, 您好! Or 书记好!)’, ‘(외과)주임님, 안녕하세요.([外科]主任好!)’, ‘이사장님, 안녕하세요.(李总经理, 您好!)’ 일반인은 대개 상사나 간부에게 책잡히지 않게 경계심을 품는다.
사회 지위에 따라 사람들이 예의를 차리고 상대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사회의 역학관계에 따른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 중국인끼리 ‘간부에게 인사하기 싫으면 네가 간부를 해라’라고 말한다. 일찌감치 이런 출세길을 간파한 사람은 고등학교 때 공청단*에 가입하고 대학 때 공산당에 가입해 간부를 하려 애쓴다. 이유는 중국 사회에서 여전히 간부가 백성 위에 군림하기 때문이다. 권력이 없고 돈이 없는 일반인들은 사회에서 무시를 당하기 일쑤다. 중국인 사이에 간부에 대해서 우스갯소리로 ‘네가 백성(民)이고 나는 주인(主)이다(你是民, 我是主)’라고 말한다.
*공청단(共靑團)은 중국공산당의 청년 외곽조직으로 전칭이 중국공산주의 청년단이며 단원이 7,300만 명이다.
군대에서는 연대장 이상 사단장, 군단장 등 장성의 경우, 병사들이 ‘장군님, 안녕하십니까?(首长好!)’라고 인사하면 장성은 병사에게 ‘동지들, 안녕하세요(同志们好!)’라고 답례를 한다. 연대장 이하 대대장 등에게는 ‘首长’이란 표현을 안 쓰고 ‘대대장님, 안녕하십니까?(营长好!)’처럼 인사한다.
다섯째, 외국인(外國人)에게 인사하는 경우다. 중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인사 습관대로 먼저 중국인에게 인사를 한다. 물론 적극적인 중국인이 먼저 할 때도 있다. 외국인은 보통 중국인에게 ‘안녕하세요.(你好!)’로 인사하면 중국인도 ‘안녕하세요.(你好!)’로 답례하거나 ‘안녕.(Hello!)’으로 인사하기도 한다. 아침 인사로 ‘좋은 아침.(早上好!)’, 밤 인사는 ‘안녕하세요.(晩上好!)’로 한다. 중국인이 일면식 있는 외국인을 만나면 ‘你好!’ 대신 ‘어디 가?(上哪儿去)’, ‘밥 먹었어?(吃饭了吗?)’, ‘수업받으러 가?(上课去吗?)’처럼 인사한다. 이런 말을 들은 서양인들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했다고 생각해 불쾌할 수 있다. 이게 중국 사회의 인사문화라서 외국인들은 중국에 있는 한 중국인의 이런 인사에 적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면적이 워낙 커서 인사도 남북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북방 사람들은 초면이거나 외국인에게도 ‘안녕하십니까?(您好!)’처럼 존칭을 쓴다. 그렇지만 양자강 이남인 남방 지역 사람들은 이처럼 존칭을 잘 안 쓰고 무뚝뚝하게 ‘안녕하세요.(你好!)’를 쓰거나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한다. 필자가 중국을 많이 다녔지만, 북방 베이징 등지에서 ‘您好!’를 들어보았지만, 상하이, 항저우, 광저우 등 남방지역에서 ‘您好!’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북방 사람들은 유교 사상의 뿌리가 깊고 전통 사상이 짙은 관계로 예의를 차리는 것에 비해 남방 사람은 자유로운 도교 사상의 영향을 받아 사람들의 사고가 자유분방해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