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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문학상과 작품

최미경_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한불전공 교수

프랑스에서 늦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문학상의 발표이다. 문학상은 단순히 출판업계의 행사가 아니라 중요한 문화 행사로 가을에 출판된 주요 소설들이 1차, 2차, 최종심에 오르는 과정에 대해 문학계만큼이나 일반독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도서 분야는 또 프랑스 문화부의 가장 중요한 유관 업무로서 책을 통한 사회의 다양성 추구와 도서 생산 체인의 생태계 관리에 힘쓴다. 프랑스 문화부는 드골 대통령이 1959년 문화부를 처음으로 창설하고 작가 앙드레 말로를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 ‘문화부는 모든 사람이 인류의 주요 작품에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 라고 천명한다.

독서 관련 통계를 보면 독서는 프랑스 인구의 가장 중요한 취미 및 지적 생활 중의 하나이다. 프랑스의 공식적인 노동시간이 주 35시간이다 보니 여가 시간이 많아 독서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중산층의 기준이 한국의 경우, 흔히들 주택이나 자동차의 크기와 수입이 결정한다면, 프랑스는 외국어나 악기 연주가 가능한지, 또 서적과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하는 말도 있다. 그만큼 친지들과 대화에서 독서는 중요한 요소이다 보니 특히 주요 문학상을 받은 작품은 판매 부수가 많이 늘어난다.

* 국가주도형 프랑스 문화정책과 시사점, 유라시아연구, 2010, vol.7, no.1, 통권 16호 pp. 341-357

가장 대표적인 문학상은 문인이었던 공쿠르 형제를 기리는 공쿠르상이다. 공쿠르 형제의 유언으로 1903년에 제정된 이 상은 공쿠르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심사위원단이 드루앙 식당에서 점심을 하며 최종심을 거쳐 결과를 발표하며 평생 1회만 수상이 가능하다. 유일한 예외는 로맹 가리로서 1956년에 “하늘의 뿌리”로 수상하고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자기 앞의 생”을 출품해서 1975년 2회 수상을 하는 기록을 남겼다. 프랑스 학생 및 외국의 학생들이 심사하는 공쿠르상도 제정이 되어서 2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을 읽고 심사를 거쳐 공쿠르상을 선정하는 행사가 주한 프랑스 대사관 문화과와 국내 대학, 문학 번역 전공이 있는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쿠르상의 주요 수상자는 마르셀 프루스트, 앙드레 말로, 시몬느 드 보브아르, 파트릭 모디아노,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이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권인 “스완의 집 쪽으로”가 출간된 1913년에는 수상하지 못했다. 심사를 1개월 앞두고 출판이 된 데다 500쪽이 넘는 소설을 심사위원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읽지 않았던 탓이다. 마침내 1919년에 “꽃피는 아가씨들의 그늘에서”로 수상했다. 그러나 노벨상 작가인 앙드레 지드, 알베르 카뮈, 클로드 시몽, 장마리 귀스타브 르클레지오 등은 수상하지 못해 이 상의 명성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 외에 한강 작가가 공동 수상한 메디시스상의 경우 공쿠르상과 달리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1958년 제정되어 프랑스어 소설, 외국 소설, 에세이 분야가 있다. 페미나상은 1904년에 ‘라비외뢰즈(행복한 삶)’란 이름의 잡지에 참여하던 여성 문인들이 공쿠르상의 여성 혐오적인 경향에 대항해서 제정한 상이다. 프랑스 소설과 외국어 소설에 시상을 하고 있고 이승우, 황석영 작가의 작품이 최종심까지 여러 차례 도달한 적이 있다. 여성 비하를 피하고자 제정되었지만, 셍떽쥐베리와 같은 남성 작가들도 수상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대표적인 상은 르노도상으로, 공쿠르상 작품 발표를 기다리다가 지친 기자들이 1925년 새로운 상을 만들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라 가제트’라는 잡지의 편집장이던 르노도의 이름으로 제정된 이 상은 한 해에 출판된 가장 독창적인 작품에 수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경우는 지한파 작가이고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노벨상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클레지오가 1963년 “조서”라는 혁신적이고 독특한 소설로 수상한 것이다.

이들 상은 프랑스의 문학상이긴 하지만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모든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 중에는 큰 성공을 거두었던 안드레이 마킨과 같은 러시아의 작가, 스콜라스틱 무카송가(르완다), 아멜리 노통브(벨기에), 얌보울로겜(말리), 아마두 쿠루마(코트디부아르), 알렝 마방쿠(콩고), 낸시 휴스턴(캐나다), 타라벤젤룬(모로코), 아민 말루푸(레바논), 라일라 슬리마니(모로코), 모하마드 무가사르(세네갈), 카멜 다우드(알제리)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있다. 상별로 최근에는 3~4년에 한 번씩 외국 출신의 프랑스어권 작가들에게 상이 수여되는 경향이 있다. 수상작들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국제적으로 교류가 되다 보니 프랑스의 문학상은 문학과 문화의 다양성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올해 공쿠르상을 수상한 카멜 다우드의 경우처럼, 순수 문학상이지만 알제리의 극단 이슬람주의가 인간성을 파괴하는 야만적인 행위를 고발하는 작가에게 수상함으로서 반이성적, 반인륜적 종교 실천과 인간성 파괴에 대항하는 작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특히 카멜 다우드는 모국어인 아랍어를 거부하고 프랑스어로 저작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랍어는 지나치게 종교적,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그 언어로 글 쓰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르클레지오가 작가의 조국은 국적이 아닌 글을 쓰는 모국어라는 말을 한 것을 생각해 보면 카멜 다우드의 선택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문학상은 이처럼 단순히 한 해의 가장 훌륭한 작품을 선정하는 행위 이상의, 사회, 문화적 함축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지평을 가지고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작품을 지어내는 축제라 할 수 있다.

드루앙 식당에는 공쿠르 메뉴가 있다. 2024년의 메뉴는 다음과 같다.

공쿠르 2024 5코스 메뉴

“해물의 벤치”: 랍스터, 새우, 홍합, 조개, 아몬드 / “노르망디에서 파리까지”: 가자미, 생선 육수, 캐비어, 비로플레 시금치 /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후작부인”: 자고새 파이, 육류 튀김 / “치즈의 왕자”: 브리 드 모 / “파리의 후식 선집”: 프랄린 크림, 슈, 시부스트 크림, 바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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