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에서 사명감으로
황종욱_프랑스어 봉사자 인터뷰
“불문학을 전공한 후 파리에 위치한 OECD 정책 센터 본부와 활발하게 소통하며 일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어가 주 업무 언어였어요. 그 후 학위를 위해 학교로 돌아오면서 프랑스어 사용이 급격히 줄게 되었고, 서서히 프랑스어를 잊어버리게 될 것 같은 조바심에 bbb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어찌 보면 프랑스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가벼운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에 임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중 하나를 꼽자면 병원에서 연락이 온 사례였어요. 복통을 호소하는 아프리카 기니의 환자분이셨답니다. 체류자 신분이기에 병원에서 보험처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 데다가 병원비가 부담스러웠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신장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말에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시더라고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말해야 통역을 할 텐데, 서러움과 절망이 한꺼번에 드리워지는 순간이었죠. 그 순간 아마 이분은 돈이 굉장히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셨던 것 같아요.
이때 제가 적십자병원 쪽에서 의료 취약계층의 경우 체류 기간을 이야기해 주면 가급적 진료비 지원을 한다는 점을 통역해 드리면서 최대한 자세히 이야기해드렸어요. 그 말을 듣자, 환자분은 적극적인 태도로 대화를 이어 나갔어요. 이때 저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통역 봉사라는 것이 때론 지옥에서 희망의 빛을 비추듯 엄중하다고 느끼며, 무거운 사명감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죠.
황종욱 봉사자는 최근까지 외국인들에게 법령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해오면서, bbb 봉사가 실제적인 외국인 의료 관련 문제, 노동 문제, 일상생활 문제 등과 상당히 맞물려 있다는 점을 체감한다고 한다. 의료나 고용 등 한국의 제도적 문제에서의 통역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그동안 법학을 공부하고 업무처리를 하며 익힌 다양한 경험들이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에게 있어서 bbb 봉사는 텐트입니다. 왜냐하면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서 항상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전화를 주시는데요. 이때 어려움에 부닥친 분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봉사자들을 찾는 경험을 해요. 사실은 통역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 저희가 제공하는 것이 그분의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잠깐이라도 눈비가 오면 우산처럼 곁에서 눈비를 가려줄 수 있고, 더 못 걷게 되더라도 그 사람 머리 위의 지붕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게 있어서 bbb 봉사는 텐트(천막)입니다.”
※ 황종욱 봉사자는 2017년 6월부터 현재까지 프랑스어 봉사자로 꾸준한 통역 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매해 언어별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등 우수한 수상 실적으로 다른 봉사자들에게도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