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너머, 마음을 잇는 가능성
이동현_영어 봉사자 인터뷰
“나라는 개인을 넘어, 봉사라는 활동을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bbb는 결국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동현 봉사자는 아버지께서 프랑스어로 bbb 통역 봉사를 하시는 모습을 보며 늘 그것이 멋진 일이라고 느꼈다. 바쁜 와중에도 통역 요청이 오면 마치 소방대원이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듯, 지체 없이 전화를 받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언어 장벽으로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버지 같은 봉사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언젠가는 자신도 꼭 bbb 봉사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었고, 대학을 막 졸업한 어느 날, 문득 “나도 영어로 도와볼까?” 하는 생각에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전공은 경영학이었지만,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온 덕분에 자연스럽게 도전할 수 있었다.

bbb 통역 봉사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전화를 받게 된다는 그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전화가 걸려 올 때가 많지만, 그 모든 순간이 다 보람으로 남는다”라고 말한다. 특히 긴박한 상황에서 통역을 도왔던 경험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 번은 119를 통한 긴급 상황이었어요. 여성 외국인분이 남편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목소리를 떨며 전화하셨어요. 상황은 매우 급박했고, 그분은 당황한 채 울먹이고 있었죠. 저는 최대한 침착하게, 또렷하게 상황을 전달하려 애썼습니다. 자택 주소를 확인하고, 119에 정확히 통역해서 구급차가 신속히 출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감정적으로 흔들리기 쉬운 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잘 듣고, 잘 전달하는 일이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또 하나 있어요. 한 외국인분이 한글로 된 문서를 이해하지 못해 전화를 주셨는데, 자음과 모음을 그림처럼 묘사하면서 설명을 부탁하셨어요. 저는 그 설명을 듣고 상상하면서 한 글자씩 조합해 뜻을 알려드렸죠. 결국 문제를 해결해 드릴 수 있었고, 대화 말미에는 영어 공부법에 관한 질문까지 받았습니다. 사실 bbb 활동 중에 이렇게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때만큼은 서로 연결된 느낌이 들었어요.”

이동현 봉사자는 bbb 통역 봉사의 가장 큰 의미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앱을 켜고 봉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단순한 활동을 넘어, 개인의 선한 의지가 실시간으로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고 했다. 그는 bbb를 ‘가능성’이라 표현했다. 가능성이란 단어 자체가 열려 있는 의미를 담고 있듯, bbb는 언제 어디서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덧붙였다.
※ 이동현 봉사자는 2020년 11월부터 bbb 영어 통역 봉사자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진심 어린 소통과 헌신으로 2021년 신규 봉사자상, 2022년 활동 우수 금상, 2023년 활동 우수 은상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