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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기다림

최기송_이탈리아어 봉사자 인터뷰

“전화 한 통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니, 얼마나 손쉽고 감사한 봉사인가 싶어요. 저는 bbb 콜이 뜨면 중요한 일을 하다가도 만사 제쳐두고 1순위로 받습니다. 그만큼 전화 오는 것이 기쁘고, 기다려져요.”

이탈리아에서 9년간 거주한 최기송 봉사자는 해외에서 언어의 장벽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을 보며 봉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가 머물렀던 곳은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토리노로, 한국인이 거의 없는 도시였다. 그는 그곳에서 집을 구하거나 학교 진학, 체류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우며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bbb는 2000년대 초반 뉴스로 처음 알게 되어 참여하고 싶었지만,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2015년 한국에 귀국한 뒤, 자연스럽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그는 여러 경험 가운데서도 이탈리아 현지에서 한국으로 걸려 왔던 전화 한 통을 떠올렸다. “보통은 호텔 예약에 문제가 생겨 의사소통이 필요한 경우나, 다툼이나 분쟁으로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는 일이 많아요. 그런데 어느 날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전화가 온 적이 있었어요. 교통사고를 당한 한국 분이 도움을 요청하셨고, 제가 통역을 도와드린 뒤 차량을 불러 병원으로 이송되는 긴박한 상황이었죠. 해외에서 로밍으로 bbb에 전화를 거신 것 같았어요. 굉장히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기송 봉사자는 bbb를 자신에게 ‘기다림’이라고 표현한다. 언제나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생각하며 bbb의 콜을 기다리게 되고, 연락이 오면 기쁜 마음으로 응답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AI와 다양한 통역 앱이 등장하면서 bbb의 역할이 다소 위축되지는 않을지 우려되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직접 전달되는 bbb 통역 봉사만의 가치는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최기송 봉사자는 2015년 6월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어 봉사자로 bbb 통역 봉사를 10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2025년 10년 이상 꾸준히 활동한 봉사자에게 부여하는 로얄 봉사자로 임명되었다. 2015년, 2019년, 2025년 언어별 최우수·장려·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프리랜서 디자이너겸 통역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