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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밝히는 마음

이학세_일본어 봉사자 인터뷰

“봉사일수록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한 통의 전화가 가장 절박한 순간일 수 있으니까요.”

1cm 남짓한 병원의 작은 턱조차 넘지 못했던 날이 있었다. 큰 질병으로 오랜 병원 생활을 이어가던 이학세 봉사자는 그 순간 처음으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잠시 겪는 불편함조차 이렇게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은 얼마나 더 큰 불편을 감내하고 있을까. 건강을 조금씩 회복해 가던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언어를 통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bbb 통역 봉사를 만나게 되었다.

오랜 봉사 동안 수많은 전화를 받았지만, 그에게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사람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은 재일교포 가족이었다. 고향의 흔적을 따라 문경까지 찾아왔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며 관련 자료는 대부분 사라진 뒤였다. 담당 공무원과 함께 여러 방법을 찾아봤지만, 끝내 원하는 답을 전해드릴 수는 없었다. 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자신의 성씨와 조상의 흔적을 찾아 수십 년 동안 간직해 온 간절함만큼은 잊히지 않았다. 그에게 그 통화는 단순한 통역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역사와 기억을 함께 마주한 시간으로 남아 있다. 봉사를 하다 보면 응급환자, 여행객, 경찰서를 찾은 외국인 등 다양한 사연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어떤 상황보다도 전화기 너머에서 느껴지는 절박한 마음을 먼저 떠올린다. 그렇기에 봉사일수록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 경제적인 보상이 없기에 오히려 더 큰 책임감으로 임하게 되고, 짧은 통역 한 번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에게 bbb는 ‘발전소’와 같은 존재다. 자신 역시 봉사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언어가 막막한 누군가에게는 작은 빛을 밝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단지 말을 옮기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때로는 가장 어두운 순간을 비추는 빛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는 오늘도 그 믿음을 품고 한 통의 전화를 기다린다.

※ 이학세 봉사자는 2005년 bbb 일본어 봉사자로 활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535건의 통역 요청에 응답했으며, 20년 누적활동 평균 연결률 91%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언어별(일본어) 우수상을 시작으로, 2017년 언어별 최우수상, 2018·2019·2021년 언어별 우수상, 2025년 Always Connected(연결률 100% 봉사자 부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