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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내 마음의 낯섦』에 나타난 튀르키예의 전통 혼인풍습

이난아_한국외대 튀르키예‧아제르바이잔학과 교수

혼인 풍습은 그 사회의 시대상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며,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바람직한 혼인은 일반적으로 혼인 당사자들이 자유 의지로 함께 살고자 하는 바람이 실현되는 것이며, 주로 이들이 서약을 맺는 의식으로 공식화되고, 이 의식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의례를 거친다. 이러한 혼인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들며, 상대와 함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게 된다.

혼인 전통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존재하며, 그 지역의 문화, 공동체가 수용한 가치, 믿음 등의 영향을 받으며 지속되고 있다. 혼인은 예로부터 한국에서도 중요시 여겨지는 의식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 거치는 대표적인 통과의례인 ‘관혼상제’에 포함되어 있다.

무슬림이 대다수인 튀르키예에서의 혼인 풍습은 전통적인 혼인과 현대적인 혼인이 있는데, 이는 혼인할 당사자 가족들의 문화 수준, 살고 있는 지역 사회의 문화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바 한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나 전통, 관습, 문화,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혼인 풍습을 살펴보는 것도 유의미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은 신앙의 절반을 완성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무슬림의 혼인 관련 이슬람 규범과 원리를 잘 표현하는 글귀이다. 이러한 말이 있을 정도로 무슬림들에게 혼인 또는 결혼은 무슬림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문화적 중요성과 의미를 지닌다. 이슬람의 관점에서 무슬림들에게 혼인은 가계의 존속과 계승, 재생산과 출산, 가정의 결속과 유대 강화, 사유재산의 보존, 무슬림 공동체(ummah)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동시에 무슬림의 행동을 규제하고 무질서한 성행위로 인한 사회의 혼란과 무질서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로 인식된다.*

*홍석준, “무슬림 여성들의 가족 및 혼인에 대한 인식”. 『지방사와 지방문화』, 20(2), 2017, 391~392쪽. 김정명, “이슬람 통과의례의 형태와 의미”, 『인문학 논총』, 제48집, 2009, 203쪽 재인용.

2006년 튀르키예 문학사상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Orhan Pamuk, 1952~)의 장편소설 『내 마음의 낯섦』(2014)은 1968년부터 2012년까지 급격하게 도시화가 진행된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이촌향도 현상을 다루면서 도시 빈민층들의 치열한 삶을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 메블루트와 그 주변 등장인물들의 우정, 배신, 증오, 용서 그리고 화해에 이르는 인간사의 부침이 곳곳에 드러난 가족 대하소설이며, 이들이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갖는 과정, 자녀들을 결혼시키는 과정들이 상세하게 서술되고 있다. 특히 납치혼, 매매혼(신랑 후보가 신부 후보의 아버지에게 신부 몸값 즉, 어느 정도 돈이나 물품을 제공하고 신부를 얻어 오는 제도), 조혼 등의 결혼 형태를 비롯하여 결혼의 절차와 전통적인 결혼 의식 등이 상세히 묘사되고 있다.

납치혼의 경우 어려운 경제 현실을 반영한 결혼 형태이며, 매매혼은 결혼 당사자인 여성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여성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가부장제의 악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소설에서도 나타나듯 납치혼의 경우 여성의 순결을 중요시하는 전통에 따라 명예살인이 거론되는 문제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더불어 이 소설에서는 조혼 풍습도 다루어지고 있는데, 조혼의 경우 신체와 정신이 결혼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어린 나이에 결혼할 때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아실현의 기회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성 등장인물들은 웨디하, 라이하, 사미하 모두 조혼을 한 경우로, 전문적인 직업 없이 가사, 시부모 돌보기, 자녀 양육에만 전념하게 되며, 이후 그녀들이 이에 대해 반기를 드는 모습이나 파출부로 일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현대 튀르키예 사회에서는 결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다. 중매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중매를 통해 만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의 결정이 더 중요해졌고, 전통적인 관행인 도망혼, 매매혼 등은 현격하게 감소하고, 현대에 보편화되고 있는 연애결혼을 선호하고 있다. 소설에서 메블루트의 딸 파트마가 대학에서 만난 남자와 연애를 통한 결혼을 하는 것만 보더라도 튀르키예 신세대들의 결혼 유형을 알 수 있다.

납치혼, 매매혼, 조혼 등의 혼인 풍습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하에서 여성의 주체적인 선택이나 권리가 제한 받는다는 면에서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악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 혹은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형태의 결혼은 한 국가의 독특한 문화라는 이유로 존중될 수는 없다. 결혼 상대자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며, 그 어떤 제도나 관습도 이러한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

오르한 파묵이 『내 마음의 낯섦』에 대해 ‘내 최초의 페미니즘 소설이다’라고 밝힌 바 있듯이, 소설 전개 과정에서 튀르키예의 다양한 혼인 풍습이 묘사된 이유는 튀르키예의 전통이나 관습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여전히 가부장제의 권위와 억압하에서 살고 있는 튀르키예 여성의 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논의의 장을 펼치고자 했음을 추론할 수 있다.